그러고 보니 설날에는
동네에 문 연 데가 없어서
유일하게 오픈한 동네 까페에 가서
브런치를 먹으면서 만화책을 봤다
평소 같으면 되게 좋을 만한 상황인데
(회사에 안 가고 늦게 일어나서 동네 까페에 어슬렁어슬렁 가서 브런치를 먹으면서 <정글고>를 본다)
근데 엉냄도 없고 다들 가족끼리 와서 떠들고, 난 되게 울적했다
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 연 밥집이 있나 탐색해 봤는데
언니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같이 밥 먹은 24시간 국밥집 말고는 없어서
거기에는 가기 싫고, 편의점에서 때우기는 더 싫고, 어쩌나 고민중이었다
그런데
가족끼리 보내고 있거나 일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짐작해서 연락 안한
이십년지기 베프 윤경선 양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글쎄,
윤경선 양의 모친께서는 맛없는 김치찌개를 잔뜩 끓여놓은 채
경선이만 빼고 식구들이랑 시골에 갔다는 사실!
나는
집 앞으로 냉큼 가겠다고, 밥 사주마 하고 빛의 속도로 택시를 탔는데
아이쿠, 지갑을 안 챙겼다
다른 때 같으면 경선이더러 택시비 좀 내 달라고 했을 텐데
내가 밥 사주겠다고 한 거라서 어쩔 수 없이
집에 다시 가서 가져왔다
으에이구
그런데 그러고서 먹은 봉피양 마포점의 랭면이 너무나 맛있어서
모든 시름을 잊었다네
이런 맛
그릇까지 먹을 뻔했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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